

신호의 분배와 복제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오디오 신호는 오디오 믹서라는 장비를 통해 신호 레벨을 조정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거나 복제할 수 있다.
마이크 신호든 악기 신호든, 서로 다른 입력 신호를 하나의 체계 안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상 신호 역시 분배와 복제가 가능하다.
영상에서는 분배기(Splitter)와 매트릭스(Matrix)라는 장비를 통해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상 신호는 오디오 신호와 달리, 훨씬 엄격한 조건과 제약을 가진다.
영상 신호는 신호의 형식과 종류에 따라 분배와 복제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동일한 신호 체계 내에서만 분배와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시 오디오를 예로 들면, 마이크 신호와 악기 신호는 서로 다른 성격의 신호이지만 믹서에서 레벨을 맞춰 동일한 방식으로 분배하고 복제할 수 있다.
반면 영상 신호는 다르다.
RCA 복합 영상 신호는 복합 영상 신호로만, HDMI 신호는 HDMI 신호로만 분배와 복제가 가능하다.
물론 신호 변환을 통해 분배와 복제가 가능한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변환 과정은 단순한 변환이 아니며,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신호 변환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별도의 주제로 다루도록 하겠다.
신호의 분배라는 관점에서 보면, 장비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신호대잡음비(S/N 비)는 점차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영상 신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물리적인 한계이며, 결국 어떤 분배 장비를 사용하느냐가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인의 눈에는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장비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 차이가 명확하게 발생한다.
흔히 “비싼 게 좋은 이유가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특히 영상 시스템에서는 이 부분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신호 분배 과정에서의 품질 저하는 최종 출력 영상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상의 품질 체계는 사실상 촬영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부터 결정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촬영 장비가 HD급인지, FHD급인지에 따라 이후에 사용되는 케이블, 분배기, 송수신기, 그리고 최종 출력 장치인 모니터까지 모든 장비의 사양이 동일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촬영 당시 기대했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신호 경로 중 어느 한 지점이라도 초기 설정된 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하는 장비가 존재한다면, 그 이후 구간에서는 영상이 출력되지 않거나, 더 낮은 해상도로 강제 출력될 수밖에 없다.
이는 HD급으로 제작되고 송출되는 영상이 중간 과정만으로 FHD급으로 향상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장비가 어떤 설정으로 동작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장비 스스로 인식하는 기준이 바로 EDID이다.
물론 촬영자는 자신이 어떤 포맷으로 영상을 촬영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장비는 그렇지 않다.
영상 장비는 스스로 “이 영상이 어떤 해상도이며, 어떤 형식의 신호인가”를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장비마다 EDID라는 정보 체계를 가지고 있다.
EDID는 쉽게 말해 해당 장비가 받을 수 있거나, 출력할 수 있는 영상 신호의 신분증과 같은 존재다.

예를 들어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모니터에서 확인하기 위해, 캠코더와 모니터를 케이블로 연결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모니터에는 어떤 화면이 나타날까?
촬영자가 의도한 그대로의 영상을 볼 수 있을까?
만약 캠코더는 FHD(1920×1080) 포맷으로 촬영되었고, 모니터는 최대 해상도가 1024×768만 지원하는 장비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영상은 아예 출력되지 않거나, 출력되더라도 정상적인 화면이 아닌 깨진 영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장비 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지원 가능한 해상도 정보를 EDID를 통해 협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EDID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영상 신호가 출력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협상 기준이며, 신호 분배 장비가 개입되는 순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영상은 언제, 어떻게 “합의” 되는가?

영상 신호는 단순히 케이블을 연결했다고 해서 바로 출력이 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는데 바로 EDID협상 과정이다. 이과정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장비들끼리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이 협상 결과에 따라 출력 해상도와 신호 형식이 결정된다.
EDID 협상은 ‘출력 ->입력’ 순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 신호를 “출력 장비가 신호를 보내고, 디스플레이가 받는다.”라고 생각하지만, EDID 협상은 그 반대 방향에서 시작된다. EDID 협상의 시작점은 항상 ‘디스플레이(수신장치)’이다.
EDID에 지정되는 정보는 지원가능한 해상도, 주사율, 색공간, 오디오 지원 여부 등을 가지고 있다.
영상 시스템에서는 항상 가장 약한 장비 기준으로 협상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소스는 FHD출력 가능하고, 디스플레이 A는 FHD를 지원하고 디스플레이B는 1024X768만 지원한다고 했을 때 이 두 디스플레이가 분배기를 통해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면 EDID에서 최종 협상된 결과는 어떻게 표현될까? 모두의 모니터에 출력 가능한 1024X768 해상도로 출력 된다. 고로 FHD 촬영된 영상이라도 하나의 모니터는 지원을 한다 하여도 분배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최종 시스템은 1024X768 해상도로 동작하게 된다.
모니터와 프로젝터, EDID의 차이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해본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모니터는 약 98% 이상 EDID 정보가 내장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EDID 정보가 있는지 여부는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에 모니터를 연결했을 때, 운영체제에서 모니터의 모델명과 지원 해상도가 정상적으로 인식된다면
해당 모니터는 EDID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반면, 프로젝터는 모든 제품에 EDID가 내장되어 있지는 않다.
다양한 프로젝터를 사용해본 경험상, 체감적으로 약 60% 정도만 EDID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이유를 유추해보면, 모니터와 프로젝터의 출력 구조 차이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모니터는 내부의 LCD 패널 크기와 해상도가 고정된 장비다.
만약 EDID 정보가 없다면, 출력되는 영상이 화면을 넘치거나, 반대로 작게 표시될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보기에 즉각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요소가 된다.
반면 프로젝터는 투사 장비다.
영상이 조금 작게 출력되더라도, 렌즈의 줌 비율이나 투사 거리 조정을 통해
물리적으로 화면 크기를 보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니터에 비해 EDID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프로젝터 역시 내부적으로는 LCD 패널이나 DLP 칩을 사용해 영상을 생성한다.
하지만 최종 출력은 고정된 패널이 아닌 외부 투사면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체감하는 해상도 문제는 모니터보다 덜 직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프로젝터에서는 EDID가 없거나 제한적으로 구현된 제품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 다음 글 예고
다음 글에서는 매트릭스 와 분배기에 대해서 좀 더 살펴 보려한다. 그리고 이글의 보완으로서 미디어 파사드작업을 할 때 EDID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펴보려 한다.